끄적끄적코스피 +4.2% 상승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뉴스를 틀었다. 습관처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하락했다는 소식이 먼저 들려왔다. 예상보다 부진한 주택착공 지표와 국제유가 하락이 겹치며 장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내려갔다는 설명이었다. 안도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전날 코스피가 3% 넘게 빠졌는데, 오늘은 반등이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을 시작한 뒤로 아침이 이렇게 시작되는 날이 잦아졌다. 뉴스 한 줄에 하루의 기분이 좌우되고, 출근길의 발걸음이 무거워지거나 가벼워지는 일이 반복됐다. 가게 문을 열고 장사 준비를 해야 하니 9시 20분이 조금 넘어서 집을 나섰다.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습관처럼 핸드폰을 꺼내 주식 계좌를 열었다.
총수익률 -45.7%.
어제는 -50%를 넘었던 숫자였다. 오늘은 시장이 크게 올랐구나, 하고 순간 생각했다. 그런데 실현손익 항목에 적힌 숫자가 눈에 들어왔다.
-12,123,300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누가 내 계좌에 접속해서 손절을 친 건가. 해킹당한 건가. 당황한 채로 바로 매매내역을 열었다. 화면에 떠 있는 글자는 분명했다.
삼성전자 매도.
반대매매였다.
주차장에 서서 한동안 화면만 보고 있었다. 어제까지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던 물량이, 시장이 조금 숨 고르려는 바로 그 아침에 강제로 정리됐다. 금리가 내려가고 지수가 반등할 것 같아 가벼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는데, 그 가벼운 마음은 채 주차장까지 가기도 전에 사라져 버렸다.
반대매매라는 단어는 뉴스에서 자주 보던 말이었다. 누군가의 계좌에서 끝나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 누군가의 이름이 내 계좌에 찍혀 있었다. 삼성전자를 들고 버틴 시간도, 어제 -50%를 넘겼을 때의 묵직한 기분도, 오늘 아침 뉴스에 잠깐 가벼워졌던 마음도 모두 한순간에 숫자로 정리됐다.
시장은 오늘 반등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반등의 어느 지점에도, 이미 매도된 내 삼성전자는 없을 것이다. 내가 버틴 가격대에서 떨어진 물량은, 이제 남의 계좌로 넘어가 반등을 기다릴 것이다.
차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며 핸드폰 화면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았다. 실현손익 옆의 숫자는 그대로였다. 엔진을 걸고 천천히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라디오에서는 여전히 금리가 내려갔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다만 그 뉴스가 내 계좌에는 아무런 안도도 주지 못한다는 사실만이, 차 안에서 분명하게 느껴졌다.
